저는 20대부터 대체의학을 공부하며 건강과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정작 제 건강은 돌보지 못해. 2013년 가을 폐결핵으로 입원을 하였습니다. 요즘은 결핵약이 좋아서 대부분 약만 잘 먹으면 완치가 되는데. 저는 하루에 두 번씩 40도 고열로 생사를 넘나들어 어쩔 수 없이 강한 스테로이드 주사를 계속 맞아야 했습니다.
병원에서는 겨우 목숨만 살려 놓고,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입원 중에 구O모, 이O현 선배님께 혈기도를 권유받았으나, 그 당시엔 내가 과연 다시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3개월 후 퇴원했을 때는 살이 20키로나 빠지고. 숨이 너무 차서 세네 걸음도 걷지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요추는 뒤로 빠져있고, 허리는 틀어지고, 가슴이 똑바로 펴지지 않고 뒤틀려 있었으며 한쪽 폐는 기능을 거의 못하게 된 상태였습니다.
퇴원 후 집 근처부터 걷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차고 온 몸이 무너질 것 같아 몇 걸음 걷고 한 번씩 쉬어야 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늘려가며 꾸준히 걸었습니다. 특히 계단을 오르는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었습니다.
5개월을 아기가 걸음마 배우듯이 걷다가. 벚꽃이 만발한 어느 날 드디어 잠실에 있는 석촌호수로 처음 나갔습니다. 젊을 때 뛰면서 운동했던 석촌호수를 몇 번이고 주저앉으며 돌았습니다. 주저앉을 때 마다 만개한 벚꽃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꼈고 또 살아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구O모, 이O현 선배님의 권유로 2014년 6월 30일에 혈기도 도장을 처음 방문하였습니다.
우혈 선생님께서는 한쪽 폐가 없어도 행공 열심히 하면 걱정 없다. 또, 신선은 바둑이나 두는 게 아니라 피와 땀의 결정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새기고 혈기도를 시작했습니다.
1년 반 동안은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밤에는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항상 "자기 몸과 타협하지 마라"는 선생님 말씀을 떠올리며 버텼습니다.
도장에서 행공을 하고 또 개인적으로는 집근처 작은 공원에서 200개, 300개 허리굽혀펴기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실천했습니다. 고비가 다섯 번 정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행공이 끝나고 집에 도착했는데 하체가 마비되어 소변을 볼 수도 없었습니다. 다행이 마비는 다음날 풀렸으나 허리통증이 너무도 심해서 꼼짝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소식을 들으신 선생님께서 기어서라도 오라고 하셨고, 정말 기어서 택시를 타고 기어서 택시에서 내려 겨우겨우 도장에 도착했습니다.
한동안 행공은 못 하고 뒤에 앉아만 있었지만, 매일 죽을힘을 다해 도장에 왔습니다. 그렇게 또 한 걸음 한 걸음 행공을 시작하였고, 허리 통증은 서서히 회복되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허리굽혀펴기를 할 때 허리가 더 많이 떨어지고, 오금이 펴지면서, 용천에서 기운이 미골로 가는 신기한 경험도 했습니다. 고비를 넘길 때 마다 몸은 가벼워지고 행공이 늘었습니다. 이런 고비들을 넘기며 어느덧 2년차가 되었습니다. 저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몸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단 후 하루에 허리굽혀펴기를 2만 번씩 했습니다. 처음에는 온 몸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지만 3개월쯤부터 통증은 사라지고 내가 없는 느낌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2만 번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볍고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요추가 들어가고 가슴이 똑바로 펴진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3개월 차 흰띠였을 때, 사우나를 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에 급하게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2만번 도전 6개월 후 다시 그 사우나를 갔고 가장 뜨거운 방에서 시원하게 숨이 쉬어지는 것을 보며 혈기도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찼고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그때쯤 청띠에서 주황띠 승급심사가 있었고, 빨강띠로 월반을 했습니다. 저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월반은 꿈도 못 꿨는데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띠를 주시며 선생님께서 “자넨 다른 행공은 하지 않아도 되니, 하복부 운동을 꾸준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날부터 하복부 운동을 시작해 1년 후 800개까지 늘렸습니다. 그때 단전과 온 몸에 놀라운 힘이 생기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의 몸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고비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 번씩 이곳저곳 통증이 올 때면 "고통을 즐기라"시던 선생님 말씀을 떠올리고 행공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곤 합니다.
오늘은 8년 전 제가 혈기도에 처음 입회한 6월 30일입니다. 제가 오늘까지 이렇게 혈기도인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과 사범님들, 도반님들 덕분입니다. 칭찬과 격려와 응원으로 함께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사범님, 그리고 우리 도반님들과 함께 멋진 혈기도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늘 초심을 잊지 않고 수련하겠습니다.
<2022. 6. 30 혈기도 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