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기도체험기
김 0 은님
혈기도 2014 : 만남
2014년 더운 여름 6월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회의일정이 있던 나는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가고 있었다, 걸어가면서 나는 집에 나오기전 아침의 우울한 모습을 떠올렸다. 딸기잼병을 새로 열려하는데 손에 힘이 없는지 한참을 애써도 열리질 않아 병따개로 찍어눌러 간신히 열었다, 최근 들어 자주 그렇고 손 팔 게다가 다리까지 기운이 스르르 사라지는 느낌을 받곤 한다. 걷는 것도 어기적 거리면서 느릿 느릿 특히 지하철을 탈때면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안그래도 39세에 제왕절개로 노산한 이후 계속 고무풍선처럼 부풀기만 하는 몸 때문에 몸에 자신이 없었는데 이렇게 살다 죽을라나 한숨이 쉬어졌다. 근데 회의에서 우연히 맞은편에 앉으신 한명희님을 보고 나는 깜짝놀랐다. 예전에 잠시 아플때 뵈었던 그 모습이 아니라 우유빛깔피부에 샤방샤방 빛나는 활기차고 행복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어요’ 혈기도 때문이란다. 요새말로 헐 대박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홈페이지에는 별 정보없이 오리무중 기억에 남는 건 하늘 천, 땅 지로 호흡을 하며 행공을 한단다.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도 받질 않고 드디어 핸폰번호로 하니 받으셨다. 받으신 그분이 선생님이신줄 꿈에도 모르고 6월 30일 오후 4시 30분경에 가기로 하였다.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 5시 시작이라니 뭐하러 30분이나 일찌오래지 하며 주위를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어슬렁거리기도 너무 좋은 인사동 아닌가! 근데 4시 45분에 전화가 왔다. 왜 안오냐고. 이렇게 친절하다니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서 오라 하시다니, 나는 약간 감동받아 얼른 들어가니 하얀 수염을 기르신 신선같은 모습의 선생님께서 무엇을 원하느냐 문제를 얘기하라하신다. 풍선처럼 부푼 배를, 사람들앞에서 강의할때마다 탁자뒤로 숨어 가리게 되는 제 배를 좀 꺼뜨렸으면 하는 소원을 말씀드렸다. 꺼지긴 하는데 배는 맨 나중에 꺼진단다하는 말씀을 들은후 아무튼 꺼진다니 얼마나 다행이야 하면서 여성 탈의실로 안내를 받게 되었다. 도복을 어떤 여성사범님께서 나중에 알고보니 행공의 여신이신 서사범님께서 내어주셨다. 갈아입는데 여성용 제일 큰 특대 사이즈인데 바지가 들어가지를 않는다. 땀은 비오듯 흐르고 당황하고 창피하고 고개를 들 수도 없어 그만두고 나오고 싶었다, 근데 서사범님이 어디서 구해오셨는지 도저히 인간의 몸이 들어가는 사이즈가 아니라 거의 곰정도가 입는 사이즈의 도복을 가져오셔서 친절하게 입는걸 도와주셨다, 아마도 나처럼 큰 몸의 소유자가 여기에도 있었나보다. 좀 안심이 되기도 하고 창피는 다 당했으니 여성특대라도 입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혈기도의 행공을 익히다
2시간 진행되는 행공은 예비 기본 본행공순으로 하게되는데 그 순서도 내 맘에 들었다. 앉아서 멍때리기 좋아하는 나는 앉아서 40분정도 하는 예비행공이 특히 맘에 들었다, 점차 알게된거는 예비행공을 눈감고 멍때리기를 하는게 아니라 탈기를 하며 모든걸 내려놓고 천지의 호흡구령에 맞춰 눈을 뜨고 사범님들을 그대로 따라해야하는 아주 중요한 행공인데 말이다. 그후의 기본행공은 굳어있는 대퇴와 골반등을 풀어놓는 행공들이 많아 몸의 위를 탈기하여 아래에 내려놓는 행공이 있는데 배가 가운데서 풍선처럼 부플어 있는 내가 될 리가 없었다. 내가 나를 보고 있자면 나와 나사이가 내배 때문에 가까워지기가 너무 힘든 거였다. 그런데 내배도 나라는게 더 한심한 거다. 그러나 친절하신 선생님의 제자들인 친절하신 사범님들은 폭풍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몸이 유연하다, 앞으로 정말 잘 할꺼다 등등 .저를 이끌어준 한명희도반님만이 아니라 전 도반님들이 저를 격려해주신다, 2시간 행공 마치고 내려오면 선생님께서 아래층에서 기다리시다가 언제나 ‘잘하고 있어’ 칭찬해주신다.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한다고 정말 돌고래같은 나는 한껏 우쭐해진 기분으로는 춤추듯 신나서 집으로 간다.
혈기도: 아픔
어려운 세상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의미의 책제목이라 희망도 주지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이 책제목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잠깐 떠올려본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아파야산다고 나를 다시 만들어가는데 잘못된 몸을 고치는데 아픔이 일단 온다고 하신다. 척추를 가진 직립동물로서 몸을 펴서 기운이 돌게 우주와 교감하며 멋지게 바람을 가르며 걸어다니며 살 수 있고 이세상 떠날때까지 그렇게 살아야 잘 살고 잘죽는 거라 아픔이 지나가는 통과의례같은거라 강조하신다.
처음 3개월 동안은 일주일에 월화수목 4회 2시간을하니 잘 못하는데도 풍선바람이 빠지듯 쏙쏙 몸무게가 줄기 시작하였다. 이렇게만 가면 나는 예전 20-30대로 돌아가는거는 문제도 아니군 아 청춘이여 다시 오라 하면서 신이 나 우유짜는 동화속의 처녀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신나고 즐거운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손발에 힘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팔 다리에도 기운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근데 너무 생각과 기대가 앞섰는지 마치 우유짜는 처녀가 여러 잡념속에 우유통을 걷어차는 일이 나에게도 벌어졌다. 예전에는 정류장에서 달리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인천행 광역버스를 몸을 날려 달려 타려하다 왼쪽다리에서 따딱소리가 나더니 아프기 시작하였다. 그날부터 왼쪽다리 전체가 아프기 시작하는데 정사범님께서 그날따라 오전반에서 아파도 일단와서 선생님께 상담하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던 후라 다음날 선생님께 여쭤보니 괞찮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왼쪽다리가 좀 약했나보나 내 왼쪽다리부터 청춘으로 돌아가는구나 생각하기로 하였다. 사실 왼쪽다리에 하지정맥류가 나타나고 있었던 걸로 보아 왼쪽다리가 약해졌나보다. 3개월에 걸쳐 왼쪽다리는 거의 다나았는데 갑자기 오른쪽 엉덩이뼈가 아프기 시작. 그냥 세상에 태어나 내가 가장 많이 한 자세가 앉아서 뭉게는 자세였으니 오른쪽 엉덩이 뼈가 그동안 참았는데 호소하나보다. 그 다음 목뼈가 아프기 시작 안그래도 남보다 무거운 6킬로 가량의 머리 (선생님께서 내머리무게는 다른사람보다 1킬로 가량 무거울거라 하심) 를 들고 다니드라 힘들었는데 이제 목을 뒤로 젖혀 목을 풀어주며 그간의 사정을 알아주니 아픈가보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행공을 하다보면 신기하게 아픈게 파도처럼 왔다가 멀어진다. 아픈데 다 나와 이제 나는 청춘으로 돌아간다
혈기도 2015: 가슴을 피는 한해
영화 타이타닉에 여성주인공이 가슴을 활짝 피고 세상을 향해 나르는 듯한 비상의 몸짓을 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그렇게 인상적인 장면을 나는 혈기도를 통해서 하고 있다. 선생님께 을미년 2015년에 해를 가슴을 피는 한해로 하라고 하신다. 허리를 들이밀고 나의 경우에는 배가 더 나오게 되는 경향이 있지만) 가슴을 쭉피고 다닌다, 그러다 목을 플며 하늘을 바라보면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 같은 마음 하늘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살면서 내려놓은 그 생각이 다시 찾아든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 정신까지도 쇠약해지는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말이다.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왜 이렇게 파란불이 안와, 파란불이 더 길어야하지 않아 불평하며 차들이 약간만 신호정지선을 넘어도 눈흘기며 짜증내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는 신호대기가 되면 까치발을 한다. 조각난 시간들이라 하더라도 이런 저런 행공을 하니 그런 짜증이 줄어들고 재미있기도 하다, 다시 나는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에 재밌어하면서도 집착하지 않으며 내려놓고 편안한 갓 태어난 아이처럼 살 수 있을께다. 그러다 언젠가 그런 모습으로 세상을 뜰 수있다는 자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는 동안 하늘 같은 마음으 가지고 땅을 잘 걸어다닐 수 있도록 천으로 들이쉬고 지로 토해내는 생을 살기 시작한건 혈기도와의 만남 때문이다. 내 생에 2014년에 혈기도와의 만남에 진정으로 감사하며 이 체험기를 마친다.
(후기: 이 체험기를 읽으신 분은 그래서 배가 들어갔다는거야 뭐야 하는 의문을 가지실게다. 배도 좀 들어가고 부푼 몸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예전에 못입었던 옷들을 하나둘 꺼내입기 시작하고 있다. 초조해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4회 나올 수 있는 혈기도 도장이 있고 선생님과 사범님들이 계시고 함께하는 도반님들이 계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