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잠깐 잠깐 하는 혈기도였지만 하면 할수록 허리가 유연해지는 것을 실감했다. 다음날이면 몸이 개운하고 소화도 잘 되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부족했다. 반가부좌로 앉아 있으면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보다 많이 들려있다. 골반이 뒤틀린 탓이다. 다리에 통증이 심해졌다. 참선하며 하는 단전호흡도 안됐다. 이대로는 진전이 없겠다 생각되어 혈기도 본부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싶었다.
아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아들은 십수년간 발병한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함께 집에 있다. 고맙게도 아들은 선뜻 동의한다. 고마웠다.
혈기도세계연맹에 처음 오던 날이 생생하다. 흰 도복을 입으신 선배 도반들의 밝고 환한 모습에 감동했다. 90도, 아니 180도 허리를 숙여 서로 인사하시는 모습에도 감동했다. 서둘러 입회하고 아들과 함께 흰띠 도복을 입었다. 정확히 기억한다. 2019년 11월 25일.
처음엔 자신이 없었다. “주 4일을 과연 빠지지 않고 나올 수 있을까요?”
가능한 빠지지 않고 나오려니 집 안팎 잡일들을 서둘러 처리해야 했다. 바쁜 일상이 됐다. 종일 서 있다가 늦게야 잠드는 반복되는 일상인데도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는지 잘 견디고 있다. 때때로 아침에 눈을 뜨고 보면 얼굴이 환하게 보여 행복감이 충만했다. 소화도 잘되고 몸에 힘이 있을 때는 가족들에게 좋은 에너지가 나가서 집안 분위기가 좋아진다.
혈기도에 입문하기 전에 주말이면 왕복 2시간 거리의 북한산을 오르내렸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겨울에 눈이 내려 얼으면 아이젠을 신고 다녔다. 무릎에 신호가 느껴져서 계속 산을 오르는 것은 무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혈기도에 인연이 닿았다. 정말 소중한 인연이다. 이제는 산에 오르는 것이 두렵지 않다. 무릎뿐 아니라 전신에 기운이 꽉 찬 느낌이다.
매일 아들과 함께 도장을 다니며 마음속으로 항상 되뇌인다.
천우선생님! 우혈선생님! 고맙습니다.
정택주사범님! 정호성사범님! 정보령사범님! 감사합니다.
늘 맘 한켠을 내어주시는 선배님들께 고맙고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