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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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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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6년이 됐다. 퇴근길에 몸의 오른쪽이 서서히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아는 의사에게 전화했다. 증세를 듣더니 곧바로 가까이 있는 종합병원 응급실로 뛰어 들어가라고 했다. 마침 택시를 타고 있어,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로 갔다. 뇌출혈이었다. 이미 왼쪽 두뇌의 일부분에 출혈이 생겼고, 뇌의 일부가 손상됐다. 긴급 수술을 했다. 푸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한창 사회생활 할 나이에 몸 반쪽이 불편해졌다. 불편하다기보다는 쓰지를 못했다. 반신불수.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 홍보 일을 담당하며 술을 많이 마신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점심, 저녁, 일주일 내내 기자 등 홍보 관계자들을 만나 폭탄주를 마셨으니, 몸이 망가진 것이다. 내가 몸을 너무 혹사시켰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때 내 나이 40대 중반. 인생을 포기하긴 일렀다. 아내에게 재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술하고 퇴원한 뒤 반년 동안 집 주변에서 열심히 걸었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끌며 걷는 형국이다. 때로는 넘어지고, 창피했으나 누구를 원망하지 않았다. 감각이 없으니 한쪽 몸은 찢기고, 떨어져 나가도 별로 아프지 않았다. 신경이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혀의 반쪽도 맛을 모른다. 정확히 몸의 오른쪽 반이 오프(off)가 된 셈이다. 기가 막혔지만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극복해야 일이다.

 

 대구에 지압으로 신경 재활해준다는 용한 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수소문해 찾았다. 반나절, 거의 4시간 동안 지압을 해줬다. 발병하고, 입원하고, 수술하고, 퇴원하고, 재활 훈련하고, 반년이 지났으나 별로 나아지지 않아 그 대구 지압사에게 몸을 의지했다.

 매주 토요일 아내와 KTX를 타고 대구에 가서 치료받고, 식사하고, 서울로 오는 생활을 무려 5년간 했다. 한번 갈 때마다 30만원 가까이 치료비와 교통비로 써야 했다하지만 촉각을 잃은 몸의 반 쪽은 여전했다. 거울을 보면 몸의 반쪽이 작아졌다. 비대칭이 됐다. 안 쓰는 쪽은 근육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걸을 때 비틀거림이 심해졌다. 절뚝 절뚝거림이 몸의 균형이 사라지며 심해진 것이다.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혈기도가 나에게 다가왔다. 친구가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혈기도장에 왔다. 그때는 도장이 인사동에 있었고, 수련장은 2층이었다. 1층에서 옷을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2층으로 오르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예비행공하는 동안 반가부좌로 버티는 것이 지옥 같았다. 특히 왼쪽과 오른쪽으로 다리를 뻗는 동작은 심한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우혈 선생님은 참고하라고 격려해주셨다.

 매일 매일의 수련이 힘들었으나 참고 또 참았다. 6년이 지났다. 6년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도장에 나왔다. 이제 부끄럽지만 단보가 됐다. 과연 무엇이 변했을까?

 

 우선 걸을 때 오른발 발바닥에 땅을 딛는다는 느낌이 온다. 혈기도 입문한 지 2년 만에 온 변화이다. 이전엔 오른발의 발바닥이 허공에 있는지 바닥을 디뎠는지 두뇌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니 걸을 때 뒤뚱거리며 중심을 잡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혈기도를 하면서 신기하게도 죽었던 발바닥의 신경이 되살아났는지, 바닥을 딛는 느낌이 확실히 느껴진다. 그러니 걷는 게 신이 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변화는 오른발 발목을 겹지르는 일이 사라졌다. 이전에는 감각이 없는 오른발의 발목은 자주 겹질렸다. 땅에 쓰러지며 흔히 발생했다. 그러나 혈기도의 발목 돌리기를 열심히 하면서는 발목에 힘이 생겨 겹지르는 일이 사라졌다. 나도 모르게 튼튼한 발목을 갖게 된 것이다. 발바닥과 발목이 어느 정도 작동하니 걷는 것이 많이 자연스러웠다. 속도도 붙었다.

 인간이 자연스럽게 걷는 것이 얼마나 기적적이고, 축복받은 일인지 다쳐보지 않으면 모른다. 걷지 못하면 자존감은 사라지고, 인생이 비참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많은 민폐를 끼친다.

 

 세 번째 변화는 몸의 균형이 다시 온 것이다. 신경이 죽어 쓰지 않아 위축되던 오른쪽 팔과 다리의 모양이 왼쪽과 별 차이가 없게 됐다. 혈기도 수련을 하며 왼쪽과 오른쪽, 양쪽을 고르게 사용한 결과이다. 만약 혈기도를 하지 않았다면, 그 아픈 행공을 피해서 일찍 포기했더라면 아마도 나의 반쪽은 심하게 허물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생활도 기피했을 것이다.

 

 뇌출혈로 죽어간 반쪽 운동 신경이 살아난 것인지, 또 앞으로 살아날 수 있는 것인지 나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혈기도를 하면서 몸에 생기가 돌고, 감각이 살아났다는 것이다. 혈기도 덕분에 직장도 다니며 조금씩 사회활동도 한다. 모두가 혈기도 덕분이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혈기도를 할 것이다. 비록 그때까지 나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더라도 나는 만족할 것이다. 과정이 중요하고, 그 과정에 쏟는 정성과 노력이 의미 있기 때문이다.


 우혈선생님과 혈기도 사범님들, 그리고 도반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Atachment
첨부 '1'

  • 항아리 2020.10.14 08:50
    그동안 잘참고 잘견디었습니다
    앞으로 함께가요
    찡하네요
  • 항아리 2020.10.14 08:50
    그동안 잘참고 잘견디었습니다
    앞으로 함께가요
    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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